전동차나 고속열차가 역을 출발해 빠르게 가속하는 모습을 보면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자동차처럼 연료를 싣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철도차량은 어디에서 그 많은 전기를 공급받는 것일까?
전기철도에서는 발전된 전기가 그대로 열차에 전달되는 것이 아니다. 외부 전력계통에서 전기를 받아 철도 운행에 적합한 형태로 바꾸는 전철변전소, 선로를 따라 전기를 전달하는 급전설비와 전차선, 그리고 열차에서 전기를 받아들이는 팬터그래프 등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되어 있다.
쉽게 표현하면 전기철도의 전력 흐름은
외부 전력계통 → 전철변전소 → 급전계통 → 전차선 → 팬터그래프 → 철도차량
이라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전기철도의 전력공급은 어디에서 시작될까?

전기철도의 전력공급은 외부에서 공급되는 전기를 철도가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한다.
국가철도공단의 전철전력 설계기준에서는 전철전원을 수전선로를 통해 받은 전기를 철도전기차량 운행에 필요한 전압으로 변환해 공급하는 시스템으로 설명한다. 즉 우리가 사용하는 일반적인 전력계통의 전기가 철도 전력시설을 거쳐 열차 운행용 전력으로 전달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시설이 바로 전철변전소다.
전철변전소는 외부에서 공급받은 전기를 철도 운행에 적합하도록 변환하고, 선로 방향으로 전력을 공급한다.
따라서 전기철도의 변전소는 단순히 전압을 바꾸는 시설이 아니라 철도차량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전철전력 시스템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전기철도에는 어떤 전기를 사용할까?
전기철도라고 해서 모든 노선이 동일한 전기방식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철도공단은 전기철도의 기본 전기방식으로 단상 교류(AC) 25kV, 60Hz를 제시하고 있으며, 직류방식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DC 1,500V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일반철도와 고속철도에서 볼 수 있는 교류 전기철도에서는 높은 전압을 이용해 열차에 전력을 공급한다.
왜 굳이 높은 전압을 사용하는지는 이후 별도의 글에서 자세히 살펴볼 수 있지만, 장거리에 대규모 전력을 전달해야 하는 철도에서는 전력을 효율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국가철도공단의 기준에서는 교류 전기철도의 대표적인 급전방식으로 AT 방식(단권변압기 방식)을 제시한다. 이 방식에서는 전차선과 레일 사이 등에 25kV의 전압을 이용해 전력을 공급한다.
전철변전소에서 나온 전기는 어디로 갈까?

변전소에서 철도용으로 변환된 전기는 급전계통을 따라 선로로 전달된다.
국가철도공단은 급전계통을 구성할 때 열차가 사용하는 전력의 크기와 특성, 전압강하 등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으며, 전철변전소 사이에는 급전구분소를 설치해 구간별로 전력을 공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급전(Feeding)이라는 용어는 전기철도를 이해할 때 자주 등장한다.
쉽게 말하면 급전은 열차가 사용할 전기를 철도 전력계통을 통해 보내주는 것이다.
열차는 이동하면서 계속 위치가 바뀌기 때문에 고정된 건물에 전력을 공급하는 것과는 조건이 다르다. 수많은 열차가 동시에 가속하거나 운행하면서 사용하는 전력도 계속 변한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서도 철도 급전시스템의 전력 흐름을 분석해 전철변전소의 전력공급 상태와 운행 중인 열차의 집전전압을 계산하는 기술을 개발할 정도로, 철도의 전력공급은 열차 운행과 밀접하게 연결된 하나의 네트워크다.
전차선은 열차까지 전기를 전달하는 마지막 통로다
변전소에서 나온 전기가 선로 주변까지 전달되었다면 이제 실제 열차로 전기를 보내야 한다.
이 역할을 하는 것이 전차선로다.
국가철도공단은 전차선로를 변전소에서 전기차량까지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전선로라고 정의한다. 전차선로는 열차 운행계획과 차량 특성, 노선 조건 등을 고려해 설계된다.
우리가 전철이나 KTX 선로 위에서 볼 수 있는 복잡한 전선들이 바로 이 전력공급 시스템의 일부다.
특히 열차 바로 위에 설치되어 팬터그래프와 직접 접촉하는 전선을 전차선(Contact Wire)이라고 한다.
따라서 전철 선로 위의 전선은 단순한 전봇줄이 아니다.
변전소에서 공급된 전력을 이동하는 열차에 지속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철도 전력설비다.
열차는 달리면서 어떻게 전기를 받아갈까?
여기에서 등장하는 장치가 팬터그래프(Pantograph)다.
팬터그래프는 전기철도 차량의 지붕 위에 설치되어 전차선과 접촉하면서 전기를 받아들이는 장치다.
열차가 시속 수십에서 수백 km의 속도로 움직여도 팬터그래프와 전차선 사이에는 안정적인 접촉이 유지되어야 한다.
이 때문에 전차선 자체의 위치뿐만 아니라 장력도 중요하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전차선 자동장력조정장치를 전기철도 시스템의 핵심 기술로 설명하며, 전차선 장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고속 주행 중에도 팬터그래프와 전차선 사이의 접촉이 원활해져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전력공급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즉 팬터그래프는 단순히 전선에 닿아 있는 금속 장치가 아니다.
고속으로 움직이는 열차와 고정된 전력망을 연결해주는 전기적·기계적 접점인 셈이다.
열차에 들어간 전기는 어디로 갈까?
팬터그래프를 통해 들어온 전력은 차량 내부의 전기장치를 거쳐 열차를 움직이는 데 사용된다.
그리고 전기철도에서는 전기를 공급하는 경로뿐 아니라 전류가 다시 돌아가는 경로도 필요하다.
철도에서는 이를 귀선회로(Return Circuit)와 관련된 개념으로 설명한다. 국가철도공단의 전철전력 기준에서는 급전회로에 급전선과 전차선뿐 아니라 귀선과 레일 등이 포함되는 것으로 정의한다.
이를 단순하게 표현하면
전차선을 통해 전기가 열차로 공급되고 → 차량에서 사용된 뒤 → 레일 등을 포함한 귀선회로를 통해 전력계통으로 돌아가는 구조
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철도 레일은 단순히 바퀴가 달리는 길이라는 역할만 갖는 것은 아니다. 전기철도에서는 전력계통의 일부로서 중요한 기능도 수행한다.
열차가 많아지면 전력공급은 어떻게 달라질까?

철도의 전력 사용량은 항상 일정하지 않다.
역에 정차해 있던 여러 열차가 동시에 출발하면 큰 전력이 필요할 수 있고, 일정한 속도로 달리는 열차와 가속 중인 열차가 사용하는 전력에도 차이가 있다.
그래서 철도 급전계통을 설계할 때는 단순히 전압만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열차 운행계획과 전력부하, 전압강하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국가철도공단 역시 이러한 조건을 고려해 급전계통을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개발한 급전시스템 해석 기술에서도 실제 열차 운행 스케줄을 이용해 변전소의 전력공급 상태와 열차의 집전전압을 분석한다.
즉 열차 운행계획과 철도 전력망은 서로 독립된 시스템이 아니다.
더 많은 열차를 더 촘촘하게 운행하려면 그만큼 안정적인 전력공급 시스템도 함께 갖춰져야 한다.
제동할 때는 오히려 전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전기철도의 흥미로운 특징 가운데 하나는 열차가 항상 전기를 소비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일부 전기철도 차량은 감속할 때 회생제동(Regenerative Braking)을 이용한다.
회생제동에서는 열차가 가지고 있던 운동에너지의 일부를 다시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활용할 수 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도 전기철도차량의 회생제동이 전체 시스템의 전력소모량을 감소시키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즉 전기철도는 단순히
전기 → 열차
의 한 방향 시스템만이 아니라, 차량과 전력망 사이에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기술까지 결합된 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다.
변전소부터 팬터그래프까지 하나의 시스템

전기철도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열차와 선로다.
하지만 실제로 열차를 움직이게 만드는 전력은 그 뒤에 숨어 있는 수많은 설비를 거쳐 전달된다.
외부 전력계통에서 전기를 공급받고 → 전철변전소에서 철도 운행에 필요한 형태로 변환하며 → 급전계통과 전차선로를 따라 전력을 보내고 → 팬터그래프가 전기를 받아 열차에 전달한다.
그리고 사용된 전류가 돌아가는 귀선회로와 전력을 구간별로 나누고 관리하는 설비까지 하나의 거대한 철도 전력 네트워크를 구성한다.
따라서 전철 위에 설치된 전깃줄 하나도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시설이 아니다.
그 뒤에는 변전소, 급전계통, 전차선, 팬터그래프, 귀선회로가 서로 연결된 전기철도 전력공급 시스템이 있다.
다음에 전철이나 고속열차를 보게 된다면 열차 지붕 위의 팬터그래프와 그 위를 따라 이어진 전차선에도 한번 주목해보자. 우리가 보는 얇은 전선 하나가 실제로는 멀리 떨어진 전철변전소와 달리는 열차를 연결하는 전기철도의 에너지 통로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